스마트 그리드로
전기는 필요한 만큼만!
미국은 스마트그리드를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보았고, 일본은 에너지 기술혁신 계획인 쿨어스(Cool Earth)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U 또한 2006년 스마트그리드 비전을 발표하면서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별도로 시범 도시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구축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스마트그리드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요?
스마트 그리드는 '똑똑한'을 뜻하는 'Smart'와 전기, 가스 등의 공급용 배급망, 전력망이라는 뜻의 'Grid'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스마트 그리드란 전기 공급자와 생산자들에게 전기 사용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전기 공급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차세대 전력망,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략망입니다.
현재의 전력시스템 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전기보다 10~15% 정도 많이 생산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력의 최대소비량에 맞춰진 양으로 혹시라도 더 많이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인데요. 연료는 물론 각종 발전설비도 추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전기 또한 많아 에너지효율이 떨어집니다.
전기 생산자 입장에서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전력 사용이 적은 시간대에는 최대전력량을 유지하지 않거나, 남는 전력은 양수발전에 사용하여 버리는 전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이를 대체할 송배전 선로를 통해 전기를 보내도록 설정하는 등 유연한 대처도 가능합니다.
결국 스마트그리드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TV,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공장에서 돌아가는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가 흐르는 모든 것을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신개념 시스템입니다. 집, 사무실, 공장 어느 곳에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대를 피해 세탁기를 밤에 돌리는 등 가전제품을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스마트그리드 하부에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존재하는데요. 마이크로그리드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소규모 네트워크를 말하는데 아파트라면 단지별로, 마을이라면 마을별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송전 손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발전소의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2.0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및 환경오염으로부터 인간을 구할 영웅 중 하나로 스마트그리드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마이크로그리드 체제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에 맞춰 일조량이 높은 지역은 태양광을,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에는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됩니다. 이는 현재의 중앙집중형 대신 분산전원시스템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분산전원을 전력 규모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각 계통에 센서를 달아 소비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때문에 스마트그리드를 ‘에너지 분야의 인터넷’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둘 수 있는 저장장치도 스마트그리드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플라이휠인데, 이는 마찰이 최소화된 거대한 금속바퀴입니다. 바람이나 햇볕이 풍부할 때 생산한 전기로 회전하고 바람이 안 불거나 햇볕이 가리더라도 관성 때문에 돌던 힘을 꾸준히 유지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만들게 됩니다.
가전제품도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맞아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가전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작버튼을 전력회사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철 한낮에 전기료를 비싸게 매겨도 사용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력회사가 강제로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등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일은 가전제품 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또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그리드의 구조상 해킹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보안 위협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산업부가 지난 7월 실시한 '미래형 스마트그리드 실증연구사업' 신규과제 공고 결과 SK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되어 이달부터 4년간 새로운 스마트그리드 서비스를 실증한다고 합니다. SKT컨소시엄은 광주광역시 소재 7천 세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계시별 요금제와 전력수요관리를 포함하는 다양한 전기요금제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계시별 요금제(TOU·Time Of Use)는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로 경부하시간대에는 낮은 요금을, 최대부하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제를 말합니다. 전력수요관리(DR·Demand Response)는 전기사용자가 사전 계약한 사용전력을 줄이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서비스입니다. 스마트가전이나 소비자의 절감전력 등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옴니시스템 컨소시엄은 스마트 에너지공동체를 서울에서 실증하는데요. 주민 참여로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를 주민들이 직접 소비한다고 합니다. 선택형 요금제를 운영하고 공용부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력을 공동체에 공유합니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설비와 같은 분산된 전원을 통합해서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서비스도 실증할 예정입니다.
산업부에서는 "소비자가 동참하는 스마트그리드 단지는 기술 및 공급자 중신에서 사람 및 수요자 중심의 에너지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스마트 그리드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전력 생산에 참여하거나 수요패턴을 조절하는 프로슈머(생산소비자 또는 참여형 소비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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